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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영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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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천산 석굴 개방하더라도 원상태 보호방안 마련돼야”

by 영영(Young Young) 2011. 6. 15.

“능천산 석굴 개방하더라도 원상태 보호방안 마련돼야”
 팔공산 산악인들이 만든 무인대피소·폭포골산장
 공원관리사무소서 맡은후 관리 소홀로 흉물화

 

대구 동구청이 둔산동 능천산에 있는 작은 석굴의 처리 방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는 기사(영남일보 6월6일 6면 보도)가 나간 이후, 팔공산 산악인들은 석굴이 관리소홀로 흉물이 돼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팔공산 곳곳에는 산악인들이 관리하던 공간을 행정기관이 관리하면서, 관리소홀로 흉물로 변한 산장이 있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은 폐허로 남아있는 팔공산 무인대피소와 폭포골 산장을 예로 들며, 능천산 석굴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더라도 원상태로 유지·보호할 수 있는 관리방안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팔공산 염불암과 부도암, 내원암 사이에 있는 무인대피소는 1970년대 초, 동화사 남쪽 폭포골 입구에 위치한 폭포골 산장은 1960년대 초에 대구지역 산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는 지금처럼 건축·운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산악인들이 벽돌 한장까지 직접 운반해 만든 것이다. 1960∼70년대 산악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던 이곳은 등산 애호가들이 교대로 거주하며 관리해왔다. 그러던 중 1980년 5월,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두 곳의 산장에 대한 관리·처분권한이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등으로 넘어갔다.

당시 공원관리사무소는 산악연맹 대구지부에 무인대피소의 관리를, 폭포골 산장은 원래 거주하던 산악인에게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두곳 모두 지금은 폐허 상태로 남아있다.  
 
무인대피소는 건축물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오랜 세월 관리하지 않아, 산장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
다. 식당 등으로 활용되던 폭포골 산장 역시 8∼9년 전에 난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면서 벽돌로 만든 뼈대만 남아있는 상태다. 관리자도 사망해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팔공사랑모임연합회 관계자는 “산장이 폐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주체가 모호해지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누가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 매일 쓸고 닦으며 관리를 하겠느냐. 능천산 석굴 역시 그동안 관리를 잘 해오던 원래 점유자에게 관리를 이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로 산악인은 “두곳의 산장은 쉼터 역할과 동시에 팔공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산지기 역할을 했다”며 “역사적으로도 충분한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이었는데 무지와 무관심으로 잃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능천산 등산로에 있는 석굴은 한 등산 애호가가 5년간 징으로 갈고 다듬어 완성한 인공석굴이다. 10여년간 두 명의 등산 애호가의 숨겨진 쉼터 역할을 하던 이 석굴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동구청은 석굴을 원상태로 유지할지, 관광 자원화해 일반인에게 개방할지를 고민 중이다. 2008년부터 석굴을 관리해 온 A씨는 동구청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석굴 출입문의 열쇠를 동구청에 맡겼다.

 
 영남일보
2011-06-15 07:15:47 입력

 

관리가 안돼 흉물로 남은 팔공산 무인대피소와 폭포골 산장. 아래 사진은 본인이 직접 현지촬영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