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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영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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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둔산동 능천산 인공석굴을 어떻게 할 것인가?

by 영영(Young Young) 2011. 6. 15.

대구 동구 둔산동 능천산 인공석굴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산애호가가 바위 다듬어 작은 방처럼 휴식공간으로
 동구청은 철문 뜯어내고 “관광자원화하겠다”
 “자연스럽게 만든 공간인데 개방시 훼손 가능” 우려도

 

능천산 인공석굴의 외부 모습

 


일반인에게 개방할 것이냐, 지금처럼 특정인만 사용하도록 놔둘 것이냐.’

 

대구 동구청이 둔산동 능천산에 있는 작은 석굴의 처리 방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석굴은 한 등산애호가가 큰 바위를 5년여간 징 등으로 다듬어 만든 인공 석굴이다. 폭 2m, 길이 3.3m, 높이 1.5~1.8m 규모다.

석굴안은 작은 방 모양으로, 한 사람이 쉴 수 있도록 보온매트와 소형탁자 등이 갖춰져 있다.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쇠로 만든 출입문과 창문도 갖췄다. 이곳의 주변 경관도 좋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석굴은 볼거리로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동구청의 고민은 지난 10여년간 두 명의 등산 애호가의 숨겨진 쉼터 역할을 하던 석굴이 최근 우연히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동구청 안팎에서는 석굴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 상태로 놔두고 선의의 점유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1997년 등산을 하던 A씨는 공간이 비어 있는 특이한 바위를 발견했다. 그는 땅 주인의 동의를 얻어, 징 등으로 5년여간 작업끝에 작은 방 모양의 석굴을 완성했다. 이후 A씨는 석굴을 자신만의 휴식처로 사용했다.

A씨가 2008년까지 사용하던 석굴은 동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등산 애호가 B씨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B씨는 정년 퇴직 후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을 하면서 가끔 석굴에 머물며 독서와 명상을 하고 있다

. 수시로 석굴 주변의 오물을 청소하는 등 석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에 흥미를 끌 만한 석굴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구청은 지난달 현장조사를벌였다. 현장조사 이후 동구청 내부에서도 석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구청 일각에서는 석굴을 팔공산 누리길 조성사업, 측백수림 비탈길 조성사업과 연계해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석굴의 철문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령에 의해 구청이 석굴을 폐쇄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초로의 등산 애호가가 몇년간 바위를 다듬어 석굴을 만들었다는 점과 그 일대 등산로에 휴식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석굴을 지금 상태로 놔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두명의 등산 애호가가 10년이 넘게 지켜온 공간을 굳이 구청에서 침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석굴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암반을 이용해 조성됐고,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령으로 조치하는데 무리가 있다”며 “석굴을 무분별하게 개방하면 오히려 관광객에 의해 훼손되거나 탈선의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B씨는 석굴이 논란거리가 된 것에 대해 다소 씁쓸해하면서도, 구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 관계자는 “B씨는 어떤 행정조치에도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가급적 지금 상태로 구청이나 자신이 관리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B씨의 의사와 법령, 여론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석굴을 개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영남일보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2011-06-06 07:16:07 입력

 

아래 사진은 본인이 현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