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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영의 보금자리
▣ 나의사랑/둥지

봄의 행군, 진지공사[陣地工事]

by 영영(Young Young) 2011. 4. 9.

2011. 4. 6(수)  맑고 청명

 

한식인 오늘 이곳 대구는 너무나 화창한 봄날씨입니다. 목련, 개나리, 벗꽃, 등 春花(봄꽃)들이 저마다의 고운 색으로 자태를 드러내고 집안에 있는 가족들을 밖으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봄은 희망과 설레임을 안고 우리곁에 다가 오지만 군인에게 봄은 그다지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며칠전에 아들넘과 통화를 하였는데 "진지공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대구 인근 후방에서 병참 주특기로 군대생활을 했기에 "진지공사"가 다소 생소한 표현이었지만 보병.포병들에게 빼 놓을수 없는 년중행사중의 하나가 "진지공사"라고 합니다. 

 

 

 

 

 

 

 

 

 

"진지"란 국어사전에 보면 부대가 배치된 장소나 위치를 뜻하여, 병영, 캠프, 진영의 용어와 유사한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진지공사"란 부대내의 건축물, 공작물을 포함한 각종시설을 신축 또는 개.보수하는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공사는 대체로 혹한기나 혹서기를 피해 1년에 2번, 봄 가을, 1주 또는 2주간의 기간으로 직접 장병들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훈련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진지공사중에 가장 기본적인것이 말 그대로 진지구축과 보수인데, 진지의 구축은 부대의 방어선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호를 파고 호와 호 사이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깊이 120cm, 폭 60~80cm 정도의 교통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축된 진지는 해마다 개.보수를 거치게 됩니다. 또다른 진지공사의 종류는 병사들이 생활하고 있는 막사나 세면장, 훈련시설, 기타 부대의 병영활동에 필요한 경비초소 등 시설물이나 환경을 새로이 축조하거나 보수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특히 포대의 경우에는 방화지대 공사를 하는데 방화지대란 포가 떨어지는 근처 산들의 산능성의 나무를 베어내어 산불을 예방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해 놓은 지점을 말합니다. 방화지대 공사는 나무와 잡초 등을 깔끔히 제거하고 황토빛의 흙으로 되덮는 일을 합니다.  

 

 

진지공사는 영내의 경우에는 내무반에서 생활할 수도 있지만 영외의 경우에는 주로 야산의 텐트에서 숙영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공사기간 중에는 외부와의 연락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간내내 공사작업만 하게 됩니다.

 

진지공사는 공사의 형태에 따라 재질이 다르지만 모래주머니, 벽돌, 자연석, 폐타이어, 잔디 등을 주로 이용하여 작업을 하게되는데 일반적으로 중장비의 도움없이 삽질과 곡괭이질 등 순수히 장병들의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혹독한 훈련과도 맞먹는 고된 작업이라고 합니다. 교통호나 배수로를 만들기 위해 일이주 동안 내내 삽질과 곡괭이질로 땅을 파고 돌과 흙을 나르며 구슬땀을 흘리다 보면 근육통이나 잔부상을 당하는 친구들도 나오고, 작업병중에 막내둥이는 인간의 한계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답니다.

 

진지공사때는 정말 힘들지만 좋은점도 있다고 합니다.
다같이 고생하기 때문에 성질 고약한 고참의 잔소리도 별로 없고 쓸데없는 군기도 안잡습니다. 그리고 가끔 저녁 식사후에 이등병도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1~2잔이 다지만요

 


진지공사
훈련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런 기간
군인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연간 행사중의 하나
군인들의 봄은 희망과 설레임 보다는 구슬땀으로 얼룩집니다.
수고하고 고생하는 대한의 건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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