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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영의 보금자리
▣ 나의사랑/둥지

조강지처, 작은집, 팔불출

by 영영(Young Young) 2014. 4. 22.

2014. 4. 21(월), 초여름 날씨, 바람 조금

 

영천이 연고인데 이곳 영덕 직장에서 같이 근무중인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이 친구는 교대근무자라 3주만에 한번씩 월~금요일까지 주간근무를 하게 된다.

이번주가 주간근무라서 주간근무를 마친 친구와 같이 퇴근길에 저녁을 같이 하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간소복으로 갈아입고 배도 꺼줄겸 영덕 오십천을 따라 가벼운 워킹을 했다.

전번주에 집에 내려갔을때 율하롯데에 가서 와이푸가 반 강제로 사준 옷을 입고 운동을 나선 것이다.

나름 다른 사람보다 입을 아웃도어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해만 바뀌면 유행이 바꼈다며 새옷을 사줄려고 한다.

언넘이 새옷 사서 입는거 싫어 하겠냐만은 돈이 아까워서 글치

마누라의 권유에 마지못해 구입한 옷을 입고 어두운 가로등 아래를 혼자 걷고 있으니 새삼 마누라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블로그에서 이렇게 하는것도 마누라 자랑이라고 치면 분명 나는 팔불출중의 한 사람이다.

통상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평범한 가정이라면 어느정도 아이들도 커고 가정의 기반도 잡히고 이제 약간의 여유로음을 느낄만 하다.

특히 흔히들 하는 소리로 집을 떠나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되면 낯선곳에서 자연스럽게 "작은집"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내게도 가끔씩 동료들이 그런 농담을 던진다.

마음먹기에 따라 또는 처신에 따라 충분히 있을법한 말이다.

그러나 현재 나의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를 알고있는 나에게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말이다.

아침 7시에 집을 나가 저녁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퇴근한다. 정신적인 업무도 스트레스가 심하겠지만 그야말로 전형적인 육체적 노동으로 하루 24시간중에 15시간을 밖에서 보낸다.

이런 마누라를 보고 나는 가끔씩 "철인"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자기도 힘들지만 그 일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 일요일 내 옷을 사줬듯이 자기가 번 돈으로 가족들을 위해서 돈을 쓰는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큰녀석은 1~2년후에 시집갈 준비를 위해서 멋진 머스마 하나 옆구리 차고 열심히 돈 벌고 있고,

사고 안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둘째넘은 전역후 복학해서는 시험만 치면 1등이고 장학금을 독식하고 있고,

 

가족들 모두가 한마디로 열심히 살고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어찌 내가 집 떠나 혼자 지내는 동네라고 한 눈(?) 팔수 있겠는가?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때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때라고 한다.

분명 지금 현재 우리가족을 거울에 비춰 본다면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질것이라고 장담하고 싶다.

 

얇은 바람막이 옷을 입으니 나설때는 약간 추운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속보로 걸어가니 추운감은 없어진다.

공설운동장을 지나니 저만치 직장동료가 이번에 매입한 주택(건평50평, 대지 2,000평)에 잔치를 하는 듯 훤히 불을 밝혀 놓았다.

이제 영덕땅도 점점 정이 들어간다. 50중반에 처음으로 집떠나 생활하는 나에게 영덕은 외지인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는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켜니 모든 체널이 진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늘이 사고 일주일째인데 언제쯤 정리가 될지, 유가족이나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아픔의 시간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