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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영의 보금자리
▣ 신돌석/나의 이야기

자살로 끝맺은 ‘행복전도사’

by 영영(Young Young) 2010. 10. 10.

2010. 10. 10(일)  새벽 00:40

 

자살로 끝맺은 ‘행복전도사’

 

방송인 최윤희씨 “병마 고통 못견뎌”… 남편도 자살,  누리꾼들 “늘 밝고 활기찬 모습에 힘 얻었는데 충격”

 
“사랑과 행복을 송금했습니다. 필요할 때 꺼내 쓰세요. 비밀번호는 방긋 웃음입니다.”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 ‘행복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방송인 최윤희 씨(63·사진)가 병마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자살했다. 최 씨는 2년 전부터 흉반성 루푸스라는 면역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8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최 씨와 남편 김모 씨(72)는 7일 오후 8시 반경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모텔 지배인 최모 씨(40)는 “퇴실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전화를 걸어도 안 받아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부부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 씨는 모텔 방 침대에 바로 누운 채로 목에 졸린 흔적이 있었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끈으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이 최 씨의 목을 졸라 자살을 돕고 자신도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 테이블 위에는 최 씨가 직접 쓴 편지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2년 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겨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다. 추석 전에는 폐에 물이 차 응급실에 실려 갔고 이번에는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 더 이상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싶지 않다”고 적혀 있었다. 또 “700가지 통증을 겪어본 사람은 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겁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동반 자살 이유를 밝혔다. 최 씨는 유서 봉투 뒷면에 “완전 건장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 여행을 떠납니다. 평생을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부부가 사망하기 전날 최 씨의 일산신도시 자택을 찾았던 아들 김모 씨(38)는 “두 분이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몸이 많이 호전돼 요양을 다녀오시겠다는 뜻으로만 알았다. (동반 자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2년 전부터 흉반성 루푸스를 앓고 있었다. 각 신체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면역계 질환이다. 올 추석 전에는 폐에 물이 차는 세균성 폐렴 증세까지 보이는 등 병세가 악화됐다. 그는 추석 직후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 마을’에 혼자 가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남편이 119에 신고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일부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 씨 부부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누리꾼들은 “늘 밝고 활기찬 모습에 힘을 얻었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유서를 읽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두 분이 영원한 사랑과 안식을 얻기를 기원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와 같은 추모 글들을 올리며 두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최 씨는 전업주부로 지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38세에 뒤늦게 금강기획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국장까지 승진했다. 2001년부터는 각종 방송에 출연해 행복과 웃음의 가치를 전했다. 예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스스로를 “엉겅퀴, 씀바귀, 고들빼기 등 삼종 혼합인간”이라고 부르면서도 “못생긴 거, 가난한 거, 무식한 거는 죄가 아니다. 죄는 딱 한 가지다. 열심히 안 사는 죄”라고 했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행복 전도사, 행복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지난해에만 4권의 책을 펴내는 등 행복과 희망을 주제로 26권의 저서를 남겼다. 최 씨 부부의 시신은 현재 일산병원에 안치돼 있다. 아들 김 씨는 “빈소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차리지 않고 10일 인근에서 화장한다”고 밝혔다.

고양=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늘 구수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방송인 최윤희씨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삶의 원동력인 행복과 희망을 전파하며 행복전도사라는 애칭까지 얻게 된 그녀였기에 남편과의 동반자살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던 최근의 투병이 자살 동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숨지기 전에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지 1장 분량의 유서에 남편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이유와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심경을 남겼다.

유서에는 지병으로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최씨는 '떠나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에서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라며 2년간 입퇴원하느라 지친 심경을 적어 내려갔다.

그녀는 이어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는데..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며 "(자신은) 통증으로 살기 어렵고 남편은 그런 자신을 혼자 보내기 어려워 동반으로 떠나게 됐다"고 썼다.

그녀는 특히 유서 봉투 겉면에 "완전 건강한 남편은 저때문에 동반여행을 떠납니다. 평생을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적어 동반자살하게 된 경위도 적었다. 최씨의 아들은 경찰에서 "(최씨 부부가) 평소 금실이 좋았고 전날 집으로 찾아갔는데 멀리 여행을 간다고 해 요양을 떠나는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2년 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겨 입.퇴원을 반복하며 살았다. 올해 추석 직전에는 폐에 물이 차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씨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혼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려다 남편이 119에 신고, 실패한 뒤 이같은 사실을 한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씨의 한 지인은 네이버 트위터에 "우리 결혼을 축복해주며 주례를 서주신 행복전도사 최윤희 선생님 좋은곳으로 떠나시길.."이라며 "슬픕니다. 괴롭습니다. 죄책감이 듭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남겨 고인을 애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죽음은 충격적이네요.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극단적인 삶의 방법이 평범한 사람을 우울하게 합니다"라며 "건강한 몸과 마음, 그게 바로 행복 아닐까요"라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최씨의 자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전문의 박상진 교수는 "오랜 통증으로 우울증을 유발, 죽음을 선택했을 수 있다"며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역경을 딛고 행복을 전파하며 방송인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욱 죽음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kbs 즐거운 세상, 행복만들기 등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주부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웃음으로 풀어내 행복전도사로 알려져 왔던 최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 모텔에서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고양=연합뉴스)